[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외국인 35거래일 연속 사상 최대 순매수...주도주는?]

"강세장 맞죠. 하지만 요즘 장에는 신경질적인 매매가 많습니다. 오늘도 한국전력 같은 대형주가 6% 넘게 하락했습니다. 한국 시장과 기업은 변한 게 없는데 주가만 오르는 상황에서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은 조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15년 넘게 주식매매를 해온 한 펀드매니저는 17일 "한국 기업의 펀더멘탈은 변한 게 없는데 외국인 주도로 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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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외국인은 이날 35일 연속 순매수로 사상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6포인트(0.29%) 오른 2040.61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 한때 2052.44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다시 쓰며 1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은 신고리원전 준공 지연 우려에 6.78% 급락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4.00% 급등했고 KB금융도 3.00% 올랐다. 종목간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하며 오르는 종목만 뚜렷하게 오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주도주를 찾고 있다. 강세장에는 반드시 주인공, 즉 주도주가 있기 마련이다. 외국인 주도의 강세장 초기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고르게 오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도주가 두각을 드러내는 흐름이 뚜렷해진다.

◇은행·조선·화학주 '꿈틀'=한국 증시에서도 강세장이 나타날 때면 어김없이 주도주가 두각을 드러냈다. 1999년에는 IT주와 통신주 중심으로 버블이 형성됐고 2011년 9.11 테러 이후에는 의류, 유통 등 내수주가 강세였다. 2003년엔 자동차, 에너지가 증시의 주축이 됐고 2004년에는 증권, 건설, 보험, 은행이 시장을 견인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상승장에서는 중국 관련주가, 2009년에서는 '전차'라 불리는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떠올랐다. 2010년에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미인주로 등극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번 강세장의 강력한 주도주 후보로 조선, 은행, 화학을 꼽고 있다. 조선과 은행은 주로 외국인이 러브콜을 보내며 상승하고 있고 화학주는 기관 매수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두선 현대자산운용 이사는 "은행과 조선은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겹쳐 외국인 매수에 의해 오르고 있다"며 "화학의 경우 기관들이 주로 중국 경기 회복에 방점을 두고 베팅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주는 원래 기관 보유 비중이 큰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이 급히 비중확대에 나서면서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김동영 한국밸류자산운용 펀드매니저도 "지금은 조선주가 시장에서 두각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은행은 한 템포 늦게 오르는 모습이고 화학의 경우 업종 내에서 롯데케미칼의 반등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종목은 장기간 주가가 하락한 상태였고 기존 투자자들은 물려 있었다"며 "매물 부담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니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35일간 롯데케미칼의 상승률은 28.6%에 이르렀다. 외국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관 매수에 급등한 것. 펀드 환매의 광풍 속에서도 기관은 중국 경기회복으로 수혜를 입을 롯데케미칼에 베팅했던 셈이다.

외국인이 네이버(NAVER)나 삼성SDI 같은 종목을 선호한다며 이들 종목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병화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수혜를 볼 경기민감주에도 베팅하고 있지만 모바일 생태계 관련주나 2차 전지 같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섹터도 집중 매수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 관련 주도주도 한 켠에 존재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도주는 아직 없다"=조선, 은행, 화학 등 일부 업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나 아직 주도주라고 부르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금은 특정 업종이 주도주로 나서기보다는 경기민감주 전체가 일제히 움직이고 있다"며 "경기민감주 안에서 순환매가 나타나고 덜 민감한 주식들은 잘 오르지 않는 양극화 장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 조선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철강, 화학, 건설도 많이 올랐다"며 "결국은 경기회복으로 수혜를 볼 업종들이 오르는 건데 어느 한 업종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다같이 상승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35일 연속 순매수라는 기록을 세운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현대차, POSCO, 기아차, SK텔레콤, 삼성생명, 현대중공업, LG화학 순이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김 펀드매니저는 "지금 시장에선 외국인이 많이 사는 종목이 주도주로 떠오르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선호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을 보면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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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기자 agentli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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