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보여준 성장의 함정
애플 매출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역주행한 것은 기업의 흥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혁신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도 느껴진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수치로
SA가 스마트폰 통계를 낸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1년 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21%가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 축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점유율은 15%대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유지했지만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줄었고
매출도 12.8% 떨어졌다.
과연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굴욕을 당했을까?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잡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전에 잡스가 한 말이나
그의 성향을 감안하면 분명 세상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것을
보여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일지 추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소한 팀 쿡의 애플이 현재 밀고 있는 애플워치나
전기자동차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드웨어보다는 오히려 구글과
페이스북도 상상하지 못한 신개념 소프트웨어였을지 모른다.
애플이 처한 상황이나 보여주는 모습은
아이폰이 등장했던 2007년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 노키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노키아는 성공의 함정에 빠져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잃고 있었다.
당시 아이폰이 세상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노키아는
이를 평가절하하며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옛 명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다른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과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바쁘다.
잡스가 애플을 이끌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칼 아이컨이 최근 몇 달 사이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한때 애플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며
떠벌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이컨이 주식을
팔았다는 것은 현시점에서 애플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애플의 운명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애플과
똑같은 도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생사가 불투명한 조선과 해운은 말할 것도 없고
공급과잉 업종인 철광, 석유화학, 건설도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
당장은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IT와
자동차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
시장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열광시키고 시장 흐름을 바꿀
혁신을 제때 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과
경제 전체가 침몰할 수도 있다.
애플의 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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