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다르게 생각해봐
”나는 먹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는데
코카콜라를 브로콜리로 바꾼다면
같은 정도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매일 코카콜라를 먹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의문이다.
코카콜라가 단지 설탕이 들어간 음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워런 버핏의 역발상 발언이 또 화제가 됐다.
지난 주말 미국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다.
버핏은 아침 식사로 초코칩 아이스크림을 먹고
감자칩을 좋아하며 매일 코카콜라
다섯 캔을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건강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통계를 보면 사망률이 가장 낮은 연령이
여섯 살이다.
그래서 나는 여섯 살 아이와 같이 먹기로 했다.”
버핏이 많은 지분을 소유한 코카콜라는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는 음료를 만들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회사다.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고,
콜라 수요도 꾸준해 경기를 덜 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버핏의 궤변에
가까운 역발상 발언은 한 번 뒤집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인 앨리스 슈뢰더는
2009년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버핏의 역설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버핏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투자자다.
내재 가치를 중시하고 별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고위험 상품 투자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은 버핏의 역발상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의 전체 순이익은
241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1%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내일 공개될 예정인데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한 56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버핏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통찰력을 갖게 된 것은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부터 껌이나 초콜릿 등을
파는 장사를 해보고 주식 투자도 일찍 접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30대 중반 방직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기업의 가치를
발굴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역발상 투자로
연평균 20%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버핏은 올해 주총에서 미국 경제가 상승세도
하락세도 아니라는 애매한 진단을 내렸다.
저금리 환경은 미지의 영역이라며
자신없는 전망도 내놓았다.
막말 파문의 도널드 트럼프가
약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 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말의 일관성과 논리성이 부족해
‘오마하의 현인’ 버핏이 총기를 잃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 자체가 모순으로 가득 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의 역발상 어법인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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