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데렐라에게는 왕자님의 키스만으론 부족하다. 적어도 휘황찬란한 명품숍에서 신상품 구두 정도는 사줘야 한다. 그러면 현대판 신데렐라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잃어버렸던 구두"라고 답할 것이다.
'신상녀' 바람이 뜨겁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오락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 TV를 점령했다. 비단 국내 현상만이 아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야말로 신상녀의 대모 격이다.
'신상녀'란 소위 명품족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이다. 단순히 비싼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최신 상품을 구매해 자신을 치장한다. 과거 다소 부정적 개념의 된장녀와는 차별성을 유지한다. '신상녀'에는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여성의 당당함이 살짝 묻어난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는 또 한 번의 세계적인 '신상녀' 바람을 일으킬 조짐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애인에게 수많은 옷과 구두를 넣을 만한 커다란 옷장을 결혼 선물로 요구한다. 매번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탓에 웬만한 집 안방만 한 크기 옷장이 필요한 것.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영화는 캐리와 다른 주인공을 이용해 명품 마케팅에 나선다. 미국에서는 동명의 드라마가 방송될 때마다 해당 상품의 품절 상태가 이어졌으니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최대 수혜자라면 무엇보다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 추, 크리스티앙 루부탱 같은 고급 수제화 브랜드를 꼽아야 할 것이다. 특히 마놀로 블라닉은 화려함을 좇는 여성들의 로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불릴 정도다.
캐리의 네임 플레이트 목걸이는 '선영'이나 '경아'의 이름을 담은 수많은 유사품을 낳았고, 마크 제이콥스의 참(Charm, 달랑거리는 장식을 가리킨다) 팔찌와 펜디의 바게트 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최근 국내 '신상녀'의 대표 주자로 부상한 서인영은 케이블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카이스트'를 통해 '신상품 구두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서씨는 실제 성격과 극중 성격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온ㆍ오프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박시연은 매회 최신 브랜드 패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케이블TV 올리브의 '악녀일기3'에서는 구두 사랑에 빠진 철없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앞으로 이들 '신상녀'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상녀가 좋아하는 게 패션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의류 브랜드만큼이나 그녀들은 외모 가꾸기, 특히 고운 피부 만들기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 피부는 한번 버리면 돌이키기 힘들기 때문에 더더욱 돈을 아끼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피부관리실에 다니면서 관리를 받거나 작은 뾰루지 하나에도 피부과에 가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스트레스를 받을 땐 네일케어를 하며 기분전환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서 헤어ㆍ두피 관리를 한다. 때로는 돈을 모아 수십만 원짜리 비타민 주사를 맞거나 전신 마사지를 받기도 한다.
안건영 고운세상피부과 네트워크 대표원장은 "'신상녀'라 불리는 새로운 20대 여성들은 까다로운 소비 안목과 자신에게 합리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소비 마인드를 갖춘 신소비층"이라며 "이들이 한동안 패션, 뷰티, 미용 관련 병원 등의 서비스와 제품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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