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는 당신을 똑똑하게 만들지 못한다.”

빅데이터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시기에

마일로 존스 IE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빅데이터가

기업 실패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존스 교수는 지난 수십 년 간 CIA가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실패했다고 간주한다.

존스 교수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CIA는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

150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쿠바에 옛 소련이 미사일을 설치하고

있다는 것을 놓친 것은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IA는 당시 소련이 거대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가지고서도

‘소련은 그렇게 큰 공사를 시작할리가 없다.

특히 쿠바에 미사일을 설치하는 공사는 가능하지 않다’는

가정을 가지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할까.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존스 교수는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 팀을 만나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빅데이터가 무용하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나는 빅데이터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전기와도 같다.

원칙적으로 매우 강하지만 그것을 어디에다 써야 한다는

아이디어 없이는 잠재된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활용되지 않은 채로 지나치게 축적되기만 한 빅데이터는 위험하다.

―사람들은 왜 빅데이터로 잘못된 예측을 하는가.

▶사회 현상을 자연 과학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사회적 현상에 숫자의 옷을 입힌다.

숫자의 옷을 입은 사회 현상들은 다루기 쉽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세탁기처럼 말이다.

우리는 특정 버튼을 누르면 그것에 일대일로 대응되는 기능이

작동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사회 현상은 세탁기보다는

고양이에 가깝다. 우리는 먹이를 주고 고양이가 먹을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 먹을지 여부는 전혀 다른 일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최근 중국 경제 침체를

‘쇼크’라고 부른다. 중국 경제는 그들 말대로 계속해서 성장해왔다.

그런데 고양이가 20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걷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건 쇼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경제는 호경기와 불경기가 반복되는 게 당연한데

사람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서만 성장할 것을 기대했던 것은

빅데이터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좋은 답변을 내놓는 사람들을 똑똑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학생들을 한 공간에 밀어넣고

교사 질문에 훌륭한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문화에 익숙해져왔다.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

우리는 빅데이터 시대에 남들이 던지는 질문에

똑똑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훌륭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질문으로는 훌륭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언제든지 빅데이터 안에 있는 중요한 정보를 캐낼 수 있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기업 안에 다양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숫자는 불확실성을 감춘다.

남녀, 인종, 학교 등 다양한 출신 사람들로 기업을 꾸린다면

숫자가 은폐한 진실을 가려낼 수 있다.

코닥은 시대가 디지털카메라로 전환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관련된 기술들을 개발했음에도 성공적으로 변신하지 못했다.

필름 산업에 경도된 사람들로만 기업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CIA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던 것도

그 안의 구성원들이 전부 비슷한 배경을 가진 남자들로만

이뤄졌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양성 이외에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빅데이터 시대에는 모든 상품이 정보 제품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푸듀케이트(fooducate)’와 ‘바이 파티잔(buy partisan)’

두 가지 애플리케이션(앱)을 예로 보여주겠다.

푸듀케이트로 내가 슈퍼마켓에 있는 음식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앱은 곧 “마일로, 당신은 콜레스테롤이 높으니까

이것보단 저것을 먹어봐요”라고 다른 상품을 추천한다.

바이 파티잔은 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만든 회사가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디에 더 많은 기부를 했는지 알려준다.

빅데이터 시대에 당신은 숨을 곳이 없다.

화장품 회사의 동물 실험부터 동남아에서 이뤄지는 노동 착취,

폭스바겐의 배출가스에 이르기까지 감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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