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기숙형 학교에 들어갔어요. 애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는데 집이 텅 비자 갑자기 우울증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요.”

“우리 애가 미국으로 유학 갔어요. 이제는 가사 도우미라도 나서야 할까봐요. 남편이 기업 임원이지만 해 바뀔 때마다 얼마나 불안한지, 내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게 이렇게 조마조마할 수 없어요.”

창업 수요자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층이 바로 주부들이다. 고학력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내 일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비 마련에 보탬이 되려고, 일에 대한 강렬한 욕구 때문에, 남편의 은퇴 후가 걱정이 돼서…. 여러 가지 이유로 주부들의 창업 행렬은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주부의 경우 막상 창업을 하고 나면 여러 가지 고민이 많다. 주점을 운영하는 한 주부가 상담을 신청했다. 아직 자녀가 초등학생인데 동네에서 주점업을 하는 게 영 꺼림칙해 업종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이 돌보는데 시간을 내기 위해 일부러 거주지 부근에 사업장을 마련해 창업했고 업소도 깔끔하고 요리 중심이어서 가족 단위 고객도 많이 오지만 왠지 다른 학부모들이 자신을 꺼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김모 씨는 제과점을 운영하는데 업종 특성상 주말에도 매장을 지켜야 한다. 자녀는 초등학교 4학년. 주말에 친구들이 다양한 현장 학습에 참여하는데 김 씨는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늘 죄인 같은 기분이다.

항상 가까이서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연령대에 비해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많은 특성상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최고의 사업은 바로 교육 사업이다.

최소 자본 투자로 알찬 소득

엄마가 동네에서 교육 사업을 하면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으쓱해한다. 선생님이나 원장님이기 때문이다. 교육 사업의 또 다른 장점은 주말에 쉴 수 있다는 것. 본인의 자녀 역시 어차피 학원을 다녀야 하므로 옆에 끼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외식업이나 판매 업종에 비해 교습소나 홈스쿨형으로 투자비도 적게 들어 창업에 부담이 적다.

이런 이유로 교육업에 관심을 갖는 주부들이 많지만 정작 도전할만한 업종들은 많지 않다. 5~6년 전부터 교육 사업은 교재 개발의 어려움, 브랜드에 대한 신뢰 등으로 프랜차이즈가 대세인데 어떤 브랜드가 뜬다고 하면 대부분 2~3년이면 전국적으로 가맹점이 모집돼 더 이상 창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영어나 수학은 시장 수요가 가장 풍부하기는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브랜드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경향이 강해 웬만한 각오를 하지 않고 입성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부업 개념으로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업종이 바로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영·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의 예능 관련 교육 사업이다.

원만한 대인 관계, 교육적인 안목 등으로 잘만 운영하면 최소 자본 투자로 알찬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음악이나 미술·논술 등과 관련된 홈스쿨이나 교습소다.

김 씨는 교육 사업에 성공, 자녀 양육과 가사, 자신만의 일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사례다. 그녀는 창의력 개발을 돕는 미술 교실을 홈스쿨로 운영한다.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월소득은 150만~200만 원 선. 높은 수익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다니는 두 자녀의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만족감이 크다. 창업비 역시 가맹비를 포함해 각종 교구 교재를 갖추는데 1200만 원 정도 들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방 한 칸을 홈스쿨 공간으로 꾸몄는데 교육을 하는 분위기가 자녀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창의력 증진에 미술만큼 좋은 게 없는데 그런 사업을 하다 보니 김 씨의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교육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나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주로 가까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이다 보니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느낌보다 이웃들의 자녀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더 크다.

홈스쿨이나 교습소를 운영하려는 여성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초기 회원 모집. 교육은 일단 한 번 회원이 모집되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간 유지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의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단지 내 게시판을 활용하는 것. 게시판에 홍보 전단을 부착하고 교육 설명회나 무료 체험 기회를 적극 마련하는 게 좋다.

김 씨의 경우도 초기 회원을 그렇게 모집했다. 일단 기본적인 회원이 모집되면 그 다음부터는 입소문이다. 교육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엄마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학부모의 신뢰는 철저한 관리와 피드백에서 비롯된다. 김 씨의 경우는 수업이 끝나면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날 수업 내용을 설명하고 수업하는 도중에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과 교육적인 효과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상품만 좋아서는 사업에 성공하기 어렵다. 상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 사업에서는 대화 능력이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것이다. 김 씨의 경우 스케치와 습작, 회화와 조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책읽기까지 결합했다.

자녀 교육, 일 둘 다 이뤄

한편 아무리 학부모가 좋아해도 어린이들이 싫어하면 학부모도 자녀를 이기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흥미 유발도 중요한 성공 요건이다. 그러자면 연령별 관리가 중요하다. 김 씨는 4~5세에는 놀이 프로그램을, 6~7세에는 만들기를, 8~10세에는 회화에 중점을 두고 각 연령에 맞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씨는 7시가 퇴근 시간이다. 수업이 모두 끝나기 때문. 그러면 다시 주부로 돌아간다. 홈스쿨에서 자신감을 얻은 김 씨는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홈스쿨을 벗어나 조그만 사업장을 얻어서 센터형 미술 교육 학원을 오픈할 꿈에 부풀어 있다.

주부들의 교육 창업 붐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자녀 교육과 일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주부들에게 교육 사업은 최고의 창업 아이템이다.

영국에서는 몇 년 사이 출산율이 급증하면서 갑자기 영·유아 교육 사업의 창업이 붐이라고 한다. 특히 리듬악기를 이용한 교육은 어린이들의 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고, 노래나 춤을 통해 언어 습득 능력, 균형 감각, 공간 인지력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창업자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자녀를 리듬악기 수업에 참여시켜 본 경험을 가졌던 주부들이다. 창업을 한 주부들은 자녀와 동떨어진 직장 맘보다 자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교육 사업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리듬악기 교육 프랜차이즈인 리음타임사의 경우 주부들의 교육 사업 창업 열기 덕분에 영국 전역에 200여 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엄마들의 마음은 똑같다. 일도 중요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게 바로 자녀 양육이고, 그런 엄마들에게 앞으로도 교육 사업은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