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도에 불어닥친 인터넷 벤처열풍덕에 국내에는 그동안 자주 사용되지 않던 직함들이 온, 오프라인 상으로 자주 언급되곤 했다. 그중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용어가 바로 C.E.O(Chief Executive Officer), 이름하여 최고 경영자다. 말 그대로 회사의 사장이라는 뜻이다.
누구다 알다시피 회사의 사장이라고 하면 장기적인 회사의 경영전략과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인지시켜 회사의 운영에 반영시키는 중차대한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 C.E.O들이 어떤 성향과 안목으로 사내 인력을 관리하고 인적자원을 유효적절하게 용병(用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역량이 좌우돼기도 한다.
그동안 많은 온라인 기업들이 설립되고 사라졌지만 그중 성공적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기존의 경영자들과 뭔가 다른 면모를 지닌 사람들이 대다수다.
본 컬럼에서는 인터넷 기업의 C.E.O(Chief Executive Officer)들이 간과하고 있는 기획자들에 대한 평가상의 문제점이나 자칫 허술해 질수 있는 기획자 ‘동기부여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리고 본 필자의 주관적인 시선에서나마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비평하고자 하니 오해가 없길 미리 공지하는 바이다.
우선 구태의연하고 뭔가 고리타분한 냄세를 풍기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들의 사고방식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술하도록 하겠다.
특히 인적자원관리와 연관된 면에서의 집중적 비평을 통해 벤처 C.E.O 답지 않은 최고경영자들에게 한마디 하려한다. 지금부터 필자의 같잖은(?) 성토를 전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웹 기획이란 누구나 다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 아닌가”라는 몇 몇 최고경영자들의 ‘착각’에 대해 말의 서두를 풀어보자.
필자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웹 기획자 H씨는 “고객의 입장에서 수용할수 있는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기획하더라도 대표이사의 고정관념덕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또한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할 경영자가 개발진의 의견에만 귀를 귀울이는 것도 문제다. 경쟁사의 서비스에 비해 차별화된 서비스안을 내놓기는 하지만 기껏 50%도 실제 사이트 개발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경영자들의 시스템 지향적 사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위와 같은 성토는 실제적으로 상당수의 웹기획자나 마케터들이 실무상에서 자주 겪게 되는 애로사항이기도 하다. 역량있는 컨텐츠를 기획했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말에 도룩묵이 되고 마는 기획자의 기획안.
오프라인 모임에서 필자와 대담을 가졌던 한 30대후반의 C.E.O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컴퓨터를 다루는 관련기술이나 PC사용에 대해 젊은 실무자들 만큼 능숙하지 못하기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의 C.E.O들은 기획자보다 개발자의 말에 더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구촌 정보화의 선두기수이자 온라인 벤처갑부를 탄생시킨 최초의 ‘인터넷 원조’인 미국 온라인기업의 경우 이른바 ‘Web Planner’또는 ‘Web Consultant’라는 웹 기획자들이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중 대다수가 개발을 잘알고 현실적인 개발에 잘 따르는 기획자라기 보다 속칭 ‘인문계 마인드’로 무장된 ‘컴맹’들이 상당수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MBA라는 학위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들은 개발진에 의해 자신의 기획안을 수정하기 보다 현실적인 개발여건과는 동떨어진 컨텐츠라고 하더라도 이를 구체화 시키기 위해 매진하는 성향이 있다.
전략적 마케팅측면과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컨텐츠는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시스템으로 구체화시킨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비현실적인 컨텐츠는 무리겠지만 해외의 사례를 하나 짚어보자.
얼마전 W.A.P이라는 무선 인터넷의 폭풍속에 서있던 일본 NTT 도코모의 WAP기획팀장이 컴퓨터에 관한한 일자무식이었던 한 중년여성이었다는 것을 되새겨보자. (현재 이여성은 WAP서비스의 성공후 퇴사를 해 IT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그녀가 주장한 ‘터무니 없는 서비스 기획안’에 대해 NTT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을 제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요 에피소드다. 격론과 치열한 반대속에서도 결국 그녀는 이를 서비스로 구체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다만 그후에 당 서비스가 NTT 도코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유의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을 보면 터무니 없는 서비스라도 고객의 입맛에 맞으면 얼마든지 성공가능성은 있다는 말로 생각할 수 있다.
온라인 사업이란 ‘시스템적 시장접근방법’이 아닌 ‘인문계적 시장접근 방안’으로 승부해야 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것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기업의 경우 초반기 사업활성화 시점에서 개발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인력파동”을 유마무야로 많이 겪었었다. 따라서 실제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개발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상당한 의사결정 권한이 부여 된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또한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적인 마인드를 갖췄지만 Skill적인 측면에서 부족했던 기획자들은 경영자들에게 홀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국내최고의 인터넷 마케팅 커뮤니티 사이트인 모사이트에 “만만한게 기획자인가?”라는 글까지 올라왔겠는가?
흔히 외국에서 국내 웹 비즈니스의 특성을 지적하는 표현중 하나가 바로 “기술력은 있되, 아이디어와 기획이 없다”라는 말로 대변되곤 한다. 이는 특정한 비즈니스 모델없이 이미 시장내에서 검증된 서비스영역에 후발업체로 뛰어들어 마켓 퀄리티를 흐려놓는 한국 웹 기업들의 ‘중복투자성향’을 지적한 것이다.
비현실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의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아주 현실적이고 가능성있는 사업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시장내에서 고객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이는 아주 비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와 반대로 너무 파격적이고 비 현실적인 사업기획안이라 할지라도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면 이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될 것이다. 솔직히 Priceline.com이나 Amazon의 초기성장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던진 전문가들이 많았다는 것은 각 보도매체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 있다.
다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들 사이트는 한때나마 엄청난 매출을 올려 전문가들의 평가절하를 무색케 하지 않았던가?(현재는 거품이 걷혀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자체는 대체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논평이다.)
바로 이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가 바로 귀사에 근무하는 ‘기획자’라는 사실을 잊지말고 보다 열린 시각으로 기획자의 서비스 기획안을 평가해 보자.
이제부터라도 귀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할 기획자들과 좀더 가까워지도록 하라.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경영자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려 할 것이 아니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최후의 결정권자인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평가해 보자.
또한 만약 도출된 기획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개발진을 설득해 어떻게 하든 이를 구체화된 시스템으로 만들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자.
얼마전에 젊은 직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상당수의 벤처 C.E.O들이 ‘생각이 젊어지는 운동’을 감행한 사실을 생각해 보자. 염색머리, 골반바지, 온라인 게임에의 몰두 등이 바로 그러한 사례가 아닌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세상과 디지털 시장은 이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지 얼마 않되는 미숙한 청소년에 불과하다. 기성세대이자 C.E.O인 귀하보다 젊은 연령층인 기획자들이 바로 그 디지털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Investigator라고 판단하자. 그러면 바로 귀하의 직원인 기획자가 생각하는 ‘신개념 서비스와 신개념 사고’라는 말의 의미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지 흐릿하게나마 감이 잡힐것이다.
기획자에 대한 Motivating이 무엇이냐고 물었는가? 아주 단순하다. 바로 C.E.O인 귀하가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회사 서비스안에 반영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그것이다.
자아~~이제 결정하라.
뭔가 아는 C.E.O가 될것인가 아니면 기업경영에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C.E.O가 될것인가?
성공,실패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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