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전략]승리만을 탐내지 말라.
중국 당나라 때 기대조(棋待詔)란 벼슬이 있었다.
황제와 대적하여 바둑을 둘 수 있는 자리였다.
최고수가 아니면 오를 수 없는 직위.
그 시절 기대조에 임명됐던 왕적신은
‘위기십결(圍棋十訣)’이란 유명한 바둑 격언을 남긴다.
‘바둑을 두는 10가지 비결’이란 뜻인
이 금언은 지금 보아도 그 울림이 크다.
바둑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으로도 삼을 만하다.
위기십결이 가장 먼저 내세운 내용은 부득 탐승(不得貪勝).
‘승리를 탐내지 말라’는 뜻이다.
너무 이기는 데 집착을 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치게 돼 오히려 실수한다는 조언.
평정심을 유지한 채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이 바둑 두는 일이니 현대의 프로바둑 기사와
흡사한 왕적신. 그가 내놓은 비방들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그 이름 이세돌.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봄을 맞아 울긋불긋 얘기꽃들이 만개한 듯하다.
인간이 기계와 명승부를 벌였으니 그 관심이 오죽했을까.
인류 대표로 나선 프로 기사 이세돌.
3연패란 암담함 속에서도 희망이 우련했던 건
바로 걸출한 ‘프로정신’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말로 ‘장인(匠人)정신’으로 표현되는 이 말에는
‘혼(魂)’이 내재해 있다.
가공할 만한 AI의 위세 앞에서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낄 때, 이 9단은 답을 찾았다.
심자통(心自通)! 그랬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마음에 품고 늘어지면 답이 나온다는 그 믿음이었다.
월간바둑 편집장인 그의 누나가 어느 일간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분별심과 망상 없이 실체를
그대로 볼 수 있는 무념무수(無念無修)의 경지.
무림고수들의 세상도 다를 바 없다.
이렇기에 승리만이 프로의 길이 아니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도 늘 승전보만 전할 수 없는 일.
진정한 프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존재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안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
실패하는 것임을 아는 사람이다.
이세돌의 1승은 이런 프로정신의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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